기억을 ‘조작’ 하다-소아정신과(2012년 5,6월호 근거와 가치)
<영화 인셉션(Inception, 2010)>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단순히 자연의 법칙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살게 된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대뇌가 활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심장사, 즉 심장이 멎었을 때, 의사가 사망선고를 내리지만 장기 기증을 하는 경우에는 뇌사, 즉 뇌의 활동이 비가역적으로 멎었을 때, 사망을 선언하게 된다. 이는 대뇌도 심장과 마찬가지로 죽기 전까지 계속 활동하기 때문이다.
대뇌가 활동하면서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내가 경험한 것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들과 이성적 사고에 의해서 아주 복잡하게 얽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 이런 마음이 무엇인가 잘못되어 사회적 적응이 어려울 때 정신과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런 정신과적인 기초는 대뇌 신경학을 연구한 프로이드에 의해 마련되었다. 우리 마음은 정신분석학 이론에 따르면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뉜다. 우리의 생활 대부분은 의식이 있는 일상 생활에서 지내게 된다. 이 일상생활은 정신 분석학적으로 볼 때 이차적 생각(secondary thought)이 주로지배하며 이런생각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배받게 된다.
그러나 의식이 있는 일상생활은 빙하의 일부분만 물 위에 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 중 일부만 의식이고 대부분 물속에 잠겨있는 무의식이다. 그래서 우리마음은 무의식에 의해 지배받게 되며 이런 무의식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일차적 생각(secondary thought)이 주가 된다. 일차적 생각은 논리적이지 않아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원시적인 사고이다. 따라서 무의식은 정신분석학 창시자 프로이드의 주된 관심사였고 프로이드는 무의식을 연구하면서 정신분석 이론은 발전시켜나갔다. 무의식 세계는 매우 방대하고 크지만 의식 세계에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프로이드는 꿈속에서 에고(ego, 자아) 기능이 악화되어 현실에서 억제되었던 본능적 충동인 이드(id, 원초아)가 보다 더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곳이므로 간접적으로 무의식 세계를 알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꿈을 연구하면서 꿈의 이론을 정립하였고 이를 통해 에고 심리학(Ego Psychology) 이론의 기초를 마련하게 된다. 영화 <인셉션>의 주된 틀은 이러한 프로이드의 꿈의 이론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 우리는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원초적 본능과 낮에 우리가 활동하였던 잔상에 의해 구성되어 꿈을 꾸게 된다. 낮에 활동한 잔상에 의해 꿈을 꾼다는 것은 인위적으로 꿈을 조작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영화 <인셉션>은 기계장치를 이용해 여러 명이 동시에 꿈을 꾸면 꿈속에서 남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추출’ 기술 전문가인 코브는 일본의 기업 사냥꾼 사이토로부터 거대 기업 후계자 피셔의 꿈속에 들어가 ‘기업을 둘로 쪼개겠다’는 생각을 심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사이토는 그 대가로 아내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도피 중인 코브를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겠다고 한다. 코브는이 작전을 위해 꿈을 설계하고 피셔를 분석하면서 침투할 팀을 구성하고 아버지 장례식을 위해 LA로 가는 피셔와 같은 비행기에 탄 뒤 잠을 재우면서 작전은 시작된다.
피셔 꿈속에 잠입한 코브 팀은 피셔 꿈속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과 저항과 싸우면서 피셔 무의식에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같은 동성의 부모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대기업 후계자 피셔도 성장하면서 대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버지로부터 아주 혹독한 가르침과 훈련을 받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그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매우 심한 사람이 되었다. 어떤 특정물이나 사건에 대한 반감을 심하게 가지게 된다는 것은 이러한 반감이 무의식에서 의식화되어 인식될 때 심한 불안감을 야기하기 때문에 이를 억압하고자 하는 심한 저항을 받게 된다. 그래서 피셔의 첫 번째 꿈속에서 아버지와 관계된 인물로 인한 예상하지 못한 심한 저항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무난히 뚫고 다음 꿈속으로 시급하게 넘어가면서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꾸게 된다. 이는 의식 세계에서는 마음을 조절하는 일종의 검열 장치가 완고하고 탄탄하여 속마음을 알 수 없지만 무의식세계로 들어갈수록 이런 검열 장치 기능이 완화되어 소위 인셉션(침투)이 보다 더 수월해진다.
따라서 꿈속에서 꿈으로 자꾸 들어갈수록 피셔를 보호하는 특수 요원들과 주변 저항이 감소된다.(첫 번째 꿈에서는 비가 내리는 도시 속에서 기차가 갑자기 나와 차를 들이받는 상황을 보이나, 두 번째 꿈속에서는 특수 요원의 저항을 혼자서 잘 막아낸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꿈이 우리의 무의식적 세계를 다 보여 주지 않는 것은 우리가 꿈을 꾸면서 무의식 세계에 잠재 되어있는 억압된 바람과 충동이 바로 나타나게 되면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는 꿈꾸는 사람을 깨어나도록 위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꿈을 꾸면서 꿈 내용이 의식되고 기억되기 위해서는 꿈 작업(dream work)이란 활동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변형되어 중립적이고 죄책감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첫 번째 꿈속에서 웬만한 킥에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강력한 진정제를 사용하는 것이나 세 번째 꿈에서 피셔가 미로를 뚫고 금고 문을 열어 죽지 않은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것도 바루 꿈의 작업과 관련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꿈
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활을 맞이하게 된다. 도시 절반이 갑자기 수직으로 서거나 끊임없이 오르는 것만 같은 펜로즈 계단과 영화에서 말하는 림보(Limbo: 천국과 지옥의 경계)처럼 현실에서 5분이 꿈속에서 1시간과 같은 것들도 꿈이 논리적인 2차적 사고가 주가 아닌 1차적 사고가 주로 지배하기 때문 인 것이다.)
이러한 꿈들이 우리가 꾸는 현실 상활에 맞추어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는 꿈을 꾸면서 물세례를 받거나, 다리에서 떨어지거나, 급회전하면서 몸이 쏠릴 때 위에서 폭포와 같은 거대한 물줄기가 떨어지듯이 공중 부양 상태가 되는 것, 물컵에 담긴 물이 쏠리는 꿈을 꾸게 되는 것도 잠을 잘 때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이 꿈속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꿈을 꿀 때 꿈 내용이 좋지 않은 경우는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하기 때문인 것이며, 기분 좋은 꿈을 꾸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가게 되는 것도 갈증이 있거나 소변이 마렵기 때문에 이런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내가 꾼 꿈 내용들도 나와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내가 경험한 것들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형되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내가 꿈에서 깨어난 아침에 바로 주변 상황과 내 마음 상태를 잘 정리해 본다면 내가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출처 근거와 가치 2012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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